한 방 울 꼬물꼬물

1
    스물둘밖에 안됐는데 뭐 어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지 이주정도가 돼간다. 난 여전히 스물둘에 멈춰있고 다시 생각해봐도 스물둘은 그리 큰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여태 살아온 걸 생각해볼 때 스물둘이란 숫자에 난 아직 떳떳할 수가 없다. 앞으로 더 달리고 발리고 울어야 한다는 소리다.

2
    내 유년기, 결핍, 사랑, 가족에 대해 얘기한다는 건 크나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도 크나큰 확률을 필요로 한다. 오늘은 우연하게 그게 맞아떨어진 날이다. 그것도 나와 서른살 가량 차이나는 사람과 그런 얘기를 하다니. 내가 책에서만 봐오던 나이를 초월한 우정 혹은 공감은 이렇게 이루어지나보다. 그분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더 다양한 사람을, 그러니까 더 폭넓은 사귐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나에겐. 해야할 일이 조금씩 구체화되어간다. 

3
    이걸 곱씹다보면 난 스물둘에 한 일이 꽤나 많다. 공부란 것을 벗어나 일이란 것을 알게됐고 일을 통해 돈과 세상에 대해 눈을 떴다. 현실과 멀어져있다던 아빠의 말이 이제는 무슨말인지 알겠고 세상을 이상적으로 보던 시각이 좀 더 현실적이 되어간다. 이상과 현실 중 이상을 택하겠다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둘을 융합할 수 있다면, 둘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젠. 
    그리고 아빠와 진솔한 대화를 했고 할머니와도 진솔한 대화를 했다. 그래서 철이 들었다는 소릴 들었고 가족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진정 내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고 잘해야 할 일이 머리로, 마음으로 그려진다 이제는. 그래서 애틋하다, 요즘. 
    또 사랑을 새끼손가락에 콕 찍어 맛만봤는데 그 쓴맛을 조금씩 들이켜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입안에 씁쓸함이 감도는 건 그저 내 착각만은 아닐거다. 쪽지, 메신저, 그저 실망일 뿐이다. 조금 마음을 열려고하면 그럴 여지를 주지않고 정리하는 게 참 씁쓸하다. 어쩜 그렇게 타이밍이 절묘하냐. 난 좀 타이밍이 늦은 것 같다, 남들보다. 아니 남들이 너무 빠를지도 모르겠다. 생각할 시간도 없이 말을 내뱉고 정리할 시간도 없이 행동을 해버리니까.

4
    살아가면서 느끼는 거지만 삶을 곱씹고 싶다. 그냥 휙휙 지나쳐버리다가도 갑자기 멈칫 서서 멍하게 말이다. 지금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 글쓰기(서평이든 논문이든 그 외든), 공부, 알바, 친구, 사진(카메라), 건강이라는 범주는 앞으로 더 확장될 것 같다. 그래야 하고. 그리고 새로운 범주를 많이 만들기 시작할거다.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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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IRIN 2009/10/26 21:22 # 삭제 답글

    나에게 기대 Lean on me
    내가 있잖아 I'm with u
  • 조각달 2009/10/27 00:08 #

    고맙워 Thanks.
    기린이 내 옆에 있어줘서 좋다. I'm so happy 'cause U stand b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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